우리가 예술작품이 된다면? So The Romantic!
타고난 미적감각.
이 남자, 美(미)친 게 분명하다
영화 <향수>에는 타고난 후각을 지닌 남자가 나온다.
세상의 모든 향기에 집착하는 주인공. 이런 오감각보다 더 뛰어난 감각이 있을까?
바로 미적감각이다. 후각, 시각 등 모든 고급감각을 구사한다는 미적감각.
‘아름다움’을 볼 줄 아는 타고난 능력이 있다면?
여기 태어날 때부터 고집스럽게 아름다움만을 찾아 헤메는 사진작가가 있다.
<더로맨틱스냅> 김유탁 작가다.
Editor 장다혜
처음에 사진도 감정을 넣으면 달라진다고 배웠어요. 그런데 사실이더라고요. 감정을 넣으면 사진이 달라져요. 감정 없이 찍으면 그저 그런 사진이 되고요.  감정이입을 하면 그 사진은 ‘진짜’가 돼요. 처음에 사진도 감정을 넣으면 달라진다고 배웠어요. 그런데 사실이더라고요. 감정을 넣으면 사진이 달라져요. 감정 없이 찍으면 그저 그런 사진이 되고요.  감정이입을 하면 그 사진은 ‘진짜’가 돼요.
작가님의 사진을 보면 영화 속 한 장면 같은 느낌이 많이 들어요.
사실 제가 어릴 적 꿈이 영화 감독이었어요. 영화 속 괜찮은 장면들을 계속 봐요. 음악, 대사, 빛, 배치 등을 외울 때까지 보죠. 그걸 제 기준에 맞춰서 응용하고요. 그래서 제 사진들을 보시면 동(動)적이에요. 대부분이 움직이는 느낌이죠. 특히 인물배치는 웨딩사진에서 잘 안 쓰는 배치를 써요. 보통 나란히 세워놓은 컷을 많이 애용하시는데요. 저는 앞뒤로 있거나 대각으로 틀어져 있는 식으로 신랑신부님들을 조금 색다르게 세워놓죠. 그러다보니 일반적인 웨딩스냅 느낌보다 영화 속 장면 같다고들 말씀하시는 거 같아요.
작가님에게 특별히 영감을 준 영화가 있나요?
<PS I LOVE YOU>가 생각나요. 그 영화의 배경지가 아일랜드거든요. 제주도와 참 닮았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섬나라이기도 하지만 감성이 비슷하달까요? 또 제가 영국/아일랜드의 차분한 감성을 좋아하는데요. 거기서 얻은 감성을 제 사진에 많이 담으려 노력해요. 그래서 사진이 이국적이란 느낌을 많이 받으시는 것 같고요. 생소하달까요? 사람들이 제일 매력을 느끼는 순간은 자기가 경험해보지 못한 것, 흔치 않은 것들에 매력을 느끼거든요. 그런 것들을 잘 끄집어 내죠.
신랑신부님들은 전문 모델이 아닌 일반인이신데 어떻게 연출지도하세요?
제가 신랑신부님들의 매력을 잘 끄집어내요.(웃음) 모델과 교감을 하는 거죠. 사진 찍은 지 12년 정도로 오래되다 보니 신랑신부님하고 20분 정도만 이야기해 보면 얼추 그 사람의 성향을 파악하게 돼요. 또 촬영 들어가면 바로 신부님의 예쁜 구석을 찾는데 집중하죠. 눈빛, 얼굴 각도를 사방으로 다 시켜본 후, 이거다 싶을 땐 ‘신부님 찾았다! 오늘 그거 기억해요. 그게 제일 예뻐’ 라고 말을 해요. 그냥 ‘찍을게요’했을 때 바로 잘하시는 신부님은 없어요. 지나가는 여자분들 볼 때도 그 분들의 예쁜 구석을 자세히 관찰하기 때문에 오해를 받을 때도 많죠. 직업병이에요.(웃음)
그 과정이 얼마나 걸리시나요?
촬영 당일 빠르면 10분. 늦으면 1시간이 걸릴 수도 있죠. 작가도 캐릭터를 뽑는 게 중요하잖아요. 사진도 똑같아요. 웃을 때 치아가 예쁘네, 눈에 주름이 예쁘네 등 저마다의 매력이 있는데요. 그 사람의 캐릭터를 단시간에 얼만큼 뽑아내느냐가 중요하죠. 인물의 캐릭터를 잡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배경은 우선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풍경은 사람의 매력을 더해주기 위한 무대가 되어줄 뿐이니까요.
배경은 우선이 아니라고 말씀하셨는데요. 그럼에도 많은 신랑신부님들께서 스냅사진 촬영지로 제주를 찾는 데에는 제주만의 매력이 있기 때문 다닐까요?
제주의 매력은 다른 어떤 곳보다도 ‘바람’이라 생각해요. 흔들리는 드레스 옷자락, 흩날리는 머리카락들에서 그런 점이 표현되죠. 저는 바람을 기다리면서 사진을 찍어요. 잘 보면 바람이 부는 게 눈에 보이거든요. 이런 동적인 사진에서 오는 흩날림. 정지상황이긴 하지만 동적이라 느껴지는 이유인 거 같아요.

김유탁 작가의 사진에는 바람, 햇살, 제주의 온도가 그대로 담겨있다.

작가님의 대답이 의외네요. 특정한 장소를 말씀하실 줄 알았거든요.
저는 장소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제 사진을 보시면 제주만의 관광지에서 찍은 사진은 하나도 없어요. 제일 곤란한 질문이 ‘몇 장소 가요?’ 라고 물으시는 분들이에요. 그럼 저는 그 신랑신부님을 모시고 숲을 가야 하고 오름을 가야 하는데, ‘그럼 나한테 문의를 왜 하신 거지?’라는 생각이 들죠. 사실 한 장소 안에서 다른 장소처럼 보이는 100컷의 사진을 찍을 수 있어요.
그럼 작가님은 어디에서 주로 촬영하세요?
대부분 이 동네(교래)에서 찍어요. 확실한 건 관광지 같지 않은 곳으로 갑니다. 특히 저 같은 현지인의 장점은 동네 주민들이에요. 원래는 촬영금지인 곳인데 주민분들께서 제게 특별히 촬영허가해주신 장소들이 많죠. 특히 인근 목장도 사유지지만 저만 촬영하고요. 차 타고 왕복으로 3~40분, 총 300만 평정도 되는 넓은 목장이에요. 제가 그곳에 잡아놓은 스팟만 4~50군데가 넘죠. 장소를 몇 군데 가냐라고 물어보시면 말씀드리기 어려운 경우가 이런 경우예요.

상큼한 주황색 배경이 인상적인 이 곳은 동네 마을회관.

그렇네요. 지금 보니 관광지는 아니지만 예쁜 사진들이 많아요.
맞아요. 관광지가 아니다뿐일까요? 심지어 이 동네 밭, 주차장 등 이런 사진들도 많아요. 이 사진의 경우 마을회관이에요. 유명한 곳은 하나도 없어요. 촬영지는 만들기 나름이고 작가 역량이라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굳이 제주도가 아니어도 되지 않을까요?
좋은 질문이에요. 그와중에 제주의 아름다움을 담아내죠. 관광객은 사려니숲을 가고 용눈이 오름을 가지만 거주자는 다르잖아요. 서울 사람들이 남산 케이블카를 타지 않고 63빌딩 꼭대기에 오르지 않는 것처럼요.
작가님께서는 시시각각 변하는 트렌디함을 발맞추기 위해 어떤 노력들을 하세요?
정말 신기한 일인데요. 제가 생각한 것들이 유행이 된 경우가 많았어요. 영화연출, 스타일리스트, 푸드스타일링, 인테리어 등 어릴 적부터 이런 것들에 관심이 많았어서 그럴까요? 제가 생각한 것들이 그 다음 시즌에 국내에서 유행이 되는 경우도 많이 겪었어요. 제가 잡지를 정말 많이 보는데요. 글을 싫어해서 이미지만 보거든요.(웃음) 제가 좋아하는 이미지만을 모아놓은 파일들이 따로 있을 정도로 어릴 때부터 엄청 봤죠. 많이 보다보면 그 이미지 안에 담긴 정답이 보여요.
작가님께서 생각하시는 좋은 사진, 예쁜 사진이란 무엇일까요?
일단 좋은 사진은 말로 덧붙이지 않아도 느낌과 메시지 전달이 명확해야 해요. 부연설명이 필요없는 사진이죠. 학교 다닐 때도 동아리 활동하면서 제일 싫었던 게 말도 안 되는 사진을 찍어놓고 말로 막 설명하는 시간이었는데요. 메시지 전달을 명확히 하기 위해서는 뭘 빼야 하고 뭘 더해야 할 지 사진을 보면서 고민을 하는 거죠.
사진에서 꼭 빼야 하는 게 있다면 무엇일까요?
일단 패션을 좋아하기 때문에 촌스러운 건 꼭 배제시켜요. 패션도 사진의 분위기에 엄청 큰 영향을 미치거든요. 케이살롱 드레스샵을 차린 이유도 내 사진을 촌스럽지 않게 하기 위함이 가장 커요. 다른 렌탈샵에서 옷을 빌려오시면 정말 멘붕 온 적이 너무 많아요.(웃음) 다들 옷과 사진을 별개로 보시는 거 같아요. 옷은 이걸 좋아하고 사진은 저걸 좋아하고. 그래서 가져오신 니트랑 코트로 레이어드 시킨 적이 많아요. 조금 더 올드함을 탈피시키기 위함이죠.
프라이드가 느껴집니다.
그건 있어요. 자신감이랄까요? 만약 한강에 사진작가님들 100명 모셔놓고 사진 찍어보세요라고 하면 1등할 자신 있거든요. 어떻게 보면 이런 제 모습이 고집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다른 면에선 저를 믿어주시는 이유가 되기도 하는 것 같아요. 이 사람 사진 좋아, 뭔가 달라라고 다가오시면 쉽게 진행되죠.

김유탁
더로맨틱스냅 대표 작가

김유탁 더로맨틱스냅 대표 작가

돈을 받고 찍는 사진이지만 결국은 예술이라고 생각해요. 분명한 건 단순히 구현만 해주는 사진쟁이는 아니라는 것.때로는 스타일리스트가 될 수도 사진작가가 될 수도 있겠죠. 중요한 건 받아보시는 결과물이 예술품이 될 거라는 사실입니다. 돈을 받고 찍는 사진이지만 결국은 예술이라고 생각해요. 분명한 건 단순히 구현만 해주는 사진쟁이는 아니라는 것.때로는 스타일리스트가 될 수도 사진작가가 될 수도 있겠죠. 중요한 건 받아보시는 결과물이 예술품이 될 거라는 사실입니다.

Editor 장다혜